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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들었던 강연을 들으면서 결말이 궁금하기도 했고 무슨 내용이길래 논란이 많은 건지도 궁금했다.

책도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책에 관한 설명을 강연에서 듣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내게 그냥 그저 그런 책이었을 것 같다.

강연을 통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구절 한 구절이 특별하게 다가 왔다. 그리고 강연때 들었던 내용과 내 느낌의 대해 생각해 보며 책을 읽게 되니 책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훨씬 재밌게 느껴졌다.

먼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은 발표된 이후에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 자체가 저급하다. 속된 말로 남녀의 불륜과 그 불륜으로 인한 살인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이 발표된 이후에 혹평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어떤 작가는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쓰레기 같이 쓴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속한 내용을 다룬 책이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에 떡하니 들어가 있다니 무언가 특별함이 있나 보다.

다른 세계문학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세계문학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가치와 어느 정도의 명성이 있어야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서관에서 목록을 대충만 훑어봐도 세계문학전집에 들어가려면 꽤 인정받았던 책들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대한 강연을 하셨던 장강명 작가님은 문학적 힘이 있기에 이 책이 저속한 내용도 그러한 이야기가 되도록 만드는게 가능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쓴 제임스 M 케인은 언어적 수준이 높지 않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꾸밈없는 대화로 글을 쓰고 싶어서 최대한 간결하고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제임스 M 케인과 대비대는 작가로는 레이먼드 챈들러,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다고 한다. 이 사람들의 책을 보면 표현이 화려하고 미학적인 표현이 주를 이룬다. 그에 반해 제임스 M 케인은 직설적이고 화려하지 않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도 영화로 여러 차례 제작되었다고 한다. 책 표지를 찾으면서 이미지 검색을 하다 보니 선정적인 장면의 영화 포스터가 주를 이뤘다. 이 영화와 같이 거론되는 영화로는 위대한 개츠비, 롤리타 등이 있다.

영화 제목만 들어봐도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가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어떤 느낌의 영화일지 감이 올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제목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일까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주인공 직업이 포스트맨인걸까? 아니면 책 내용이 포스트맨들에 대해서 다룬 걸까? 열심히 고민하면서 봤는데 도무지 포스트맨은 책에 나오지 않았다. 이 책은 포스트맨이 주인공도, 포스트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음에도 왜 포스트맨은 두번 벨을 울린다고 한 것일까?

민음사에서 출판된 이 책의 말미에 책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그러면서 책 제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온다. 이 책을 읽고 그 설명을 읽으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은 5명이다.

1. 프랭크 체임버스 - 23세 떠돌이.

2. 닉 파파다키스 - 그리스 인, 주유소 운영

3. 코라 스미스 - 결혼전의 성이 스미스. 주유소에 딸린 핫도그 가게 음식 담당.

4. 새킷 - 지방 검사.

5. 카츠 - 보험 관련 사건의 전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요즘 신문상에서도 가끔 접할 수 있는 보험사기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남녀가 첫눈에 반해 남편이 있음에도 밀회를 즐기게 되고 그러다가 남편을 살해하려고 계획하고.. 현실에서도 가끔 들을 수 있는 그런 나쁜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디선가 밀려오는 측은함. 주인공 두 남녀에 대한 측은함이 밀려온다.

좀 잘 해보고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이 든다. 왜 그런 것일까?

장강명 작가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학적 힘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하셨다. 악마 같은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힘. 그런 것이 문학적인 힘이라고 했다. 나 또한 작가의 문학적인 힘에 동요되었나 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살해를 당한 닉 파파다키스가 불쌍하다는 생각보다 프랭크와 코라의 행복한 미래를 응원하고 둘의 살인이 발각되지 않고 잘 끝났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결과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적지는 않겠다.

프랭크보다는 코라에 대한 마음이 더 안타까웠다. 코라의 성장 배경이 어땠기에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닉을 사랑하지도 않고 따라가게 된 건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버티며 그 옆에 살아야 했던 마음. 그러다 눈 뜨게 된 사랑.. 남편을 살해까지 해 가면서 얻고 싶었던 그 사랑.

어쩌면 프랭크를 사랑하며 지냈던 그 시간들이 코라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행복을 버리고 다시 어두운 현실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새킷의 막무가내식 몰아침. 당황하고 있는 주인공들에게 돈을 노리고 다가가 도움을 주고는 보상금을 가로채는 카츠.

그러면서 서로의 사랑에 의심을 품게 되는 프랭크와 코라.

둘의 의지와는 달리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는 사건들. 그러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상처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들의 감정에 동요되는 듯 했다.

치정 살인 사건의 이야기가 죽은 이에 대한 아련한 슬픔과 분노가 아니라 살인을 하게 된 두 주인공에게 느끼는 동정과 안타까움.

이것이 강연에서 말했던 문학적 힘인가 보다.

각 개인에게 문학이란 언어라는 바다위에 떠 있는 배에 비유할 수 있단다.

언어라는 바다위에 떠 있는 배의 종류에 따라 개인에게 느껴지는 문학의 감동이라는 것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준 느낌은 해가지는 바다 위에 잔잔한 파도를 느끼며 지는 해를 아쉬워 하는 돗단배 같았다.

오랜시간 가는 여운이 이 책이 주는 선물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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