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별신굿 탈 놀이 이야기 - 탈탈 무슨 탈
안동 하회 마을하면 하회탈이 먼저 생각난다.
난 하회라는 이름이 탈의 모습을 형상화한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동을 여행하면서 보니 안동 하회라는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란 걸 알게 되었다. 평생 잘못된 정보를 알고 살았다는.. ㅡㅡ;;;;
이래서 여행이 필요하다는.. ㅎㅎ
가보기 전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으니 잘못된 정보를 잘못된 줄도 모르게 된다. 여행을 하며 그 지역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게 되니 더 친근하게 되고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역시 여행은 좋아~
먼저 안동 하회(河回)라는 지명에 대해..
하회는 물이 돌아간다는 말이다. 하회 마을을 가보게 그 말을 끄덕이게 된다. 낙동강이 하회마을 둘레를 쭉 둘러서 흘러가는데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명당의 느낌이 난다.
그래서 류성룡과 같은 유명한 학자가 나오게 된건지도.
이 하회 마을에 유명한 것은 하회탈이다.
그럼.. 하회탈에 대해서... (아래에 있는 자료는 안동하회마을 홈페이지 내용을 간추렸다.)
하회탈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탈중에 가장 오래된 탈이라고 한다.
지금 전해지는 탈은 총 9개라고 한다.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탈 이다.
<사진 출처 : 안동하회마을 홈페이지>
몇 가지가 더 있었다고 하는데 중간에 사라지고 지금은 9개만 전해져 내려 온단다.
중간에 사라진 탈을 복원하려고 하는 노력도 있었으나 탈의 오묘한 이치와 조화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어 복원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보기에는 그냥 만들면 될것 같은데 보는 것과는 많이 다른가 보다.
하회탈은 우리 나라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1954년에 류한상 안동문화원장님이 맥타카드 교수를 통해 세계 학회에 하회탈을 알리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세계 제일의 가면으로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하회탈의 작가는 허도령이라고 전해진다고 한다. 허도령에 얽힌 이야기도 있다.
허도령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신의 계시를 받고 탈의 제작을 위하여 홀로 외딴 집으로 가면서 탈을 완성할때 까지는 자기를 찾아오지 말라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 여인이 허도령이 보고 싶어 몰래 찾아가 문구멍을 뚫어서 허도령을 보았는데 허도령은 이를 보고 부정타서 죽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작업하던 중 그 영감이 흩어져서 쇼크로 죽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그 만큼의 예술의 혼이 담겨 있어 지금의 하회탈이 나온 것이 아닐까?
이런 하회탈을 이용해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별신굿 탈놀이를 한다.
공연은 하회마을을 입장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하회마을은 입장료가 있다.)
3월 ~12월 까지는 매주 수,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 ~ 3시까지 주4회 공연을 하고 1월 ~ 2월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2시 ~ 3시까지 주 2회 공연을 한다. 혹시 하회마을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공연정보도 확인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별신굿 탈놀이 공연장>
<별신굿 탈놀이 공연장 입구 사진>
나는 토요일에 입장해서 2시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 입장권을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에서 내리면 바로 공연장이다.
우리나라 전통 공연의 특징인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내용은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에 대한 풍자와 비판 등의 내용으로 이뤄져 있으며 백정, 할미 등의 생활상도 나오고 이매탈을 이용한 바보가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나온다.
약간의 음담패설? 도 나오나 재밌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특히나 이매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는..
처음에 공연 관계자 분께서 나오셔서 각각의 탈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데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들어가서 설명을 못 들었다는.. ㅠ.ㅠ
드디어 공연시작. 신명나는 풍물패 소리와 함께 공연이 진행된다.
제일 처음 등장하는 각시탈. 무등 타고 나온다.
각시탈은 성황신을 대신한다고 믿어 별신굿 할때만 볼 수 있는 탈이었다고 한다. 부득이 꺼내 볼때는 제사를 지내야 하는 금기나 제약이 있는 탈이었다고 한다. (출처 : 안동하회마을 홈페이지)
그 다음 등장하는 사슴들(?) 사슴 같이 생겼는데 얘네는 뭐지? ㅡㅡ;;; 역시 시간이 지나니 머리에서 기억이 가물가물.. ㅡㅡ;;;
사슴(?)이 들어가고 나면 소 한마리가 나온다.
공연장을 한바퀴 돌며 오줌을 싼다는.. ㅎㅎ 물론 진짜 오줌이 아니라 물을 뿌리는 건데 오줌처럼 피하고 싶어지는 묘한 상황.. ㅎㅎㅎ
백정이 나와 소를 때려잡고 소의 거시기(?)를 떼어 내는 상황... 예전 시골에서 돼지 잡을 때처럼 망치로 소를 때려 잡는 상황 그대로 나와서 살짝 놀람.. 아이들이랑 같이 보고 있었는데 전체 관람가 아닌가? ㅎㅎㅎㅎ
애들은 호기심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 다음 등장하는 할미탈.
베를 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베는 안 짜고 구성지게 노래를 불렀다는..
노래 가락을 기이~~~~~일게 뽑는 실력이 대단하심.. 중간에 숨 넘어갈것 처럼 내가 불안했는데 소리의 고수라 그러신지 숨넘어가지도 않고 숨차지도 않게 노래를 부르셨다. 엄지척!
배를 드러내고 나오셔서 이날 날씨가 좀 추웠는데 감기 걸리진 않으실지 걱정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론 몸매 관리는 필수인 역할이시겠다 라는 마음도 들었다. ㅎㅎㅎ
그리곤 구부정한 모습으로 동냥? 하러 다니심.. 한 꼬마에게 가서 손을 내밀었는데 꼬마 엄마가 돈 주라고 줬는데 안준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서 웃음 바다가 되었다. 엄마가 다시 주라고 해서 할미탈에게 줬는데 다시 꼬마에게 돌려줬다는.. ㅎㅎ 재미를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 그 전에 어떤 아주머니께 받은 돈은 안 돌려주셨다는.. ㅎㅎㅎ
관객과 소통하는 우리나라 전통극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 다음 등장하는 중과 부네탈.
부네를 희롱하는 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탈을 쓰고 연기하시는 분이 특유의 음흉한 느낌을 잘 살리셨다. 역시 오랜 공연의 장인 포스가 느껴졌다.
그 다음 등장하는 이매와 초랭이탈.
이매탈은 바로 역할이다. 안동 하회탈 중 유일하게 아랫턱 부분이 없는 탈이라고 한다. 바보라서 일부로 그런 건가? 아래턱 부분이 없는 이유는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다.
이매 연기하시는 분도 대단하셨다. 이매의 어정쩡한 걸음 걸이와 말투를 정말 웃기게 잘 표현하셨다.
애들이 웃겨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초랭이가 이매를 바보라고 놀리는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바보인 이매가 바보가 아닌 일반인 들을 조롱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바보의 순수한 눈에 보이는 세상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풍자이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선비, 양반탈.
지체 높으신 양반을 선비와 초랭이가 조롱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은근슬쩍 양반을 괴롭히는 초랭이. ㅎㅎㅎ
양반이 선비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학식과 집안의 지체 높음을 자랑한다.
언어유희를 통해 양반을 놀린다.
선비와 양반이 부네때문에 티격태격 하다가 양반이 자기는 사대부 집안이라고 소개한다.
그러자 선비가 자기는 팔대부 집안이라고 하자 양반이 팔대부는 뭐냐고 묻자 사대부의 곱절이 팔대부라고 한다.
움찔한 양반이 자기 가문은 문하시중까지 배출한 대단한 가문이라고 소개하자 선비가 자기 가문은 문상시대까지 지냈다고 맞 받아 친다.
(*참고 : 문하시중은 고려시대 종1품의 으뜸 벼슬이라고 한다.)
양반이 자기는 사서오경을 다 완독했다며 학식 있음을 자랑하자 선비는 자기는 팔서육경을 읽었다며 자랑한다.
그러자 양반이 팔서육경도 있냐며 되묻자 몇가지를 이야기 했는데 기억이 안남.. ㅎㅎㅎㅎ
양반이 자기는 사대부 집안이라고 자랑하자 선비는 자기는 팔대부 집안이라고 자랑한다.
내용을 듣고 있다 보면 선비에게 까이는(?) 양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말싸움도 부네를 쟁취하기 위함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
결국은 선비든 양반이든 그 시대의 지식인들의 허울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선비와 양반이 티격태격 하고 있는 사이 초반에 등장했던 백정이 소를 잡아서 떼어냈던 거시기를 들고 와서 좋은 거라며 선비와 양반에게 사라고 한다. 서로 자기가 갖겠다며 옥신각신 하는 웃기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다 같이 어울려 춤을 추며 탈 놀이가 마무리 된다.
별신굿 탈놀이가 끝난 후 탈을 벗고 마지막 인사를 하신다.
탈을 벗고 보니 모두들 멀쩡하셨다는.. ㅎㅎㅎ 어쩜 그리 표현들을 잘 하시는지 연기 대상 받으셔도 될듯 하다.
손동작, 몸동작, 말소리에 장인의 힘이 느껴지는 그런 공연이었다.
재밌는 공연 감사합니다~
모두 함께 신명나게 놀아 보자~
공연을 볼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쓸신잡2를 보니 이런 공연들이 그 시대 지식인, 기득권 세력을 비꼬는 내용이었는데 양반집 마당에서 이뤄졌다고. 생각해 보니 내 마당에서 나를 비유해서 비꼬고 있는데 그런 공연을 허락했다니 좀 의아하긴 했다.
거기에 나온 뇌과학 박사님의 말을 들으니 좀 이해가 갔다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 이야기를 직접 적으로 하면 발끈 하는데 제 3자를 통해서 하는 이야기는 자기 이야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탈로 가려진 모습이기에 거부감이 없이 받아 들여졌을 거라는 설명.. 듣다보니 끄덕끄덕 하게 된다.
탈... 이 시대에 내가 쓰고 있는 탈은 무엇일까?
탈을 쓰지 않고도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